🍃 부천솔병원 정신건강 에세이
오기라는 감옥, 끈기라는 문
강박적 열정을 넘어 조화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마음의 기술
누군가의 피드백이나 의도치 않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왈칵 사나워질 때가 있습니다. 상대의 피드백이 억울한 오해일 때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연스러운 마음의 반응입니다[1]. 때로는 그 지적이 참 아프게도 타당하다고 느껴져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도 합니다.
내가 틀렸을 지도 모른다는, 또는 그동안 애써 쌓아온 시간이 흔들릴 것 같은 불안이 밀려올 때,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막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걸곤 합니다[2]. 이 거칠고 긴장된 태도가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‘오기’의 모습입니다.
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조바심과 불안에 쫓겨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마음 상태를 ‘강박적 열정(Obsessive Passion)’이라 부릅니다[3]. 불타오르는 오기와 강박이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드는 땔감이 되어줄 때도 있지만,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정작 나 자신을 깊은 피로 속에 가두게 됩니다. 반면 ‘조화로운 열정(Harmonious Passion)’은 언제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면의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부드러운 여유에서 시작됩니다[3,4].
우리의 삶이 처음부터 온전하고 정갈한 마음으로만 시작될 수는 없습니다. 홧김에 쥐어 잡은 오기나 서툴고 불안했던 마음으로 첫발을 떼었을지라도 괜찮습니다. 중요한 것은 출발선이 아니라, 여정의 한복판에서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조바심을 조용히 걷어낼 마음의 용기가 우리 안에 있느냐입니다[5].
참된 끈기는 타인의 시선에 무작정 휩쓸리는 나약함도, 내 불안에 매여 오기로 버티는 미련함도 아닌, 내 마음을 가만히 살피는 정직함입니다.
타인의 말을 무조건 수용하거나 거부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부담을 내려놓아 봅니다. 타인의 소리보다 먼저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“내가 지금 불안하구나”, “내가 자존심을 지키려 애쓰고 있구나” 하고 내 안의 격앙된 감정을 따뜻하게 인정해 주는 자기자비(Self-Compassion)입니다. 내 마음의 상태를 정직하게 직시할 수 있을 때, 비로소 부러지지 않는 단단하고 유연한 성숙한 끈기가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[6, 7].
시작이 조금 어설프고 무모했으면 어떻습니까. 마음속 경직된 오기를 조용히 내려놓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순간, 나를 누르던 강박의 긴장은 사라지고 나를 성장시키는 조화로운 열정과 끈기의 길이 열립니다.
📚 참고문헌 (References)
- Lazarus RS. Emotion and adaptation. New York: Oxford University Press; 1991.
- Freud A. The ego and the mechanisms of defence. London: Karnac Books; 1992.
- Vallerand RJ, Blanchard C, Mageau GA, Koestner R, Ratelle C, Léonard M, et al. Les passions de l’âme: on harmonious and obsessive passion. J Pers Soc Psychol. 2003;85(4):756-67.
- Vallerand RJ. The psychology of passion: A dualistic model. New York: Oxford University Press; 2015.
- Kernberg OF. Severe personality disorders: Psychotherapeutic strategies. New Haven: Yale University Press; 1984.
- Neff KD. Self-compassion: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. Self Identity. 2003;2(2):85-101.
- Duckworth AL, Peterson C, Matthews MD, Kelly DR. Grit: perseverance and passion for long-term goals. J Pers Soc Psychol. 2007;92(6):1087-10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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